흘러가는 20대의 끝을 잡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2022년 연말, 나는 20대의 마지막을 어떻게 하면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 마치 버킷리스트처럼 여러 가지를 떠올렸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어머니와 함께 성시경 콘서트 가기’였다. 학생 때와 취준생 때는 금전적, 시간적, 심적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실행하지 못했고 (사실 티켓팅에 실패했었다),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나서는 코로나19로 한동안 공연장 문이 굳게 닫혀있기도 했지만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데 더 관심이 있어 하지 못했다.
내 콘서트장 방문은 그렇게 오랜 로망을 실현한다는 명분에 시작되었고 2023년에는 크고 작은 규모 7개의 콘서트장을 찾아가 매번 다른 에너지와 감동을 느꼈다. 작년 현장에서 경험한 콘서트 중 많은 사람들이 2023년 최고의 공연이라고 꼽는 ‘Bruno Mars’와 ‘Sam Smith’ 콘서트를 통해 내가 느낀 감상과 더불어 2024년 다가오는 비슷한 결의 공연을 우체국금융개발원 직원분께 소개하려고 한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7 Bruno Mars(브루노 마스)
#27 Bruno Mars(브루노 마스)
노래와 춤 모두 다 되는 완벽한 퍼포먼스로 제2의 마이클 잭슨으로 불리는 브루노 마스의 9년 만의 내한 공연이 2023년 6월 진행됐다. 이번 공연을 놓치면 브루노 마스가 언제 한국에 다시 올지도 모르고, 설령 온다고 해도 나도 가수도 더 나이가 들 테니, 기량이 지금과 같진 않을 거란 생각에 정말 간절하게 가고 싶었다. 본 티켓팅 기간에는 실패했지만, 취겟팅(취소표를 티켓팅하는 것)으로 무대 가까운 중앙자리(스탠딩이라고 불리는 그라운드 좌석) 예매에 성공했다. 그것도 3연석으로! 남동생과 티켓팅에 실패해 슬퍼하고 있는 같은 부서 동료를 데려갔는데 둘 다 역대급 공연이었다고 말해주고 진심으로 고마워해 오히려 내가 더 고마웠다.
브루노 마스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가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어릴 때부터 무대를 경험했지만, 긴 무명 시절 동안의 내공과 물려받은 ‘끼’까지 더해져 무대 기본기도 탄탄하다. 그의 공연을 현장에서 보면서 가장 크게 든 생각은 ‘무대를 갖고 논다’는 것이었다. 24K Magic, Uptown Punk 등의 신나는 노래는 물론, When I was Your Man 처럼 피아노 연주와 보컬만으로 끌어 나가는 노래까지 아티스트 본인이 여유롭게 무대를 즐기니 흥과 에너지, 그리고 감정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초여름 밤, 야외에서 즐기는(콘서트장에서 공식적으로 판매하는) 맥주와 살랑이는 바람, 폭죽, 그리고 브루노 마스 공연까지 모든 게 완벽했던 시간이었다.





Sam Smith(샘 스미스), GLORIA the tour
샘 스미스의 공연을 찾게 된 이유는 워낙 뛰어난 가창력 덕분에 라이브로 들으면 더 좋은 가수로 유명한데, 우리나라에서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샘 스미스는 자신의 정체성을 그리 드러내지 않도록 기획된 Lay Me Down, I’m Not The Only One 등이 수록된 1집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는 이전의 디스코 풍 클럽 노래에 보컬로 참여해 자신을 알렸기에 신나는 노래들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 또한 그의 정체성이다. 그는 또 인기를 얻은 후에도 성소수자 청년1에서 월드스타 성소수자로 거듭나며 겪었던 혼란을 숨기지 않는 행보를 보였다. 파파라치 사진이나 옷 스타일, 그리고 앨범과 공연에서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냈는데, 이 때문에 그는 오랫동안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번 월드투어에서도 그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숨기지 않고 과감하게 표출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10월 이틀 동안 공연이 진행됐다. 콘서트에서 그는 (기존 고정관념에 따른 성 역할에 따른 표현을 하자면) ‘공주 옷’과 같은 드레스를 입고 앞서 말했던 발라드 명반인 1집 수록곡들로 명품 가창력을 들려주기도 했고, 노출이 있는 과감한 옷을 입고 당시 여성들의 성 억압에 대항해 해방을 외치는 콘셉트의 마돈나의 ‘Human Nature’, 그를 대중에게 알린 ‘Latch(Disclosure의 노래이지만 샘 스미스가 피처링한 곡)’, 우리나라에선 개그맨 황제승에 의해 패러디가 되기도 했던 Unholy 등을 부르며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의 이번 공연에서는 ‘모든 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존중’과 ‘시선으로부터의 자유와 해방’ 메시지, 그리고 관객과 무대를 사랑하는 그의 진심까지 모두 전해져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Bruno Mars (브루노 마스) |
Sam Smith (샘 스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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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
올림픽 체조경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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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명 |
3만 명 (잠실 주경기장이 브루노마스 공연을 마지막으로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26년 12월 준공 예정)하게 되면서 예정된 그의 월드투어 규모와 맞지 않지만, 좌석 수와 무대 크기를 줄여 한국에서 공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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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6.17~18 |
2023.10.17~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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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 다 너무 훌륭한 가수들! |
★★★★☆ 둘 다 너무 훌륭한 가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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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고난 그의 끼와 흥, 관객들도 모두 다 함께 뛰어노는 분위기 |
★★★★☆ 춤도 꽤 잘 추지만 같이 뛰어노는 무대보다는 뮤지컬 공연 보듯이 관람하게 되는 분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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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기타, 피아노 등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만 무대를 뽐내고 선보이는 느낌 |
★★★★★ 애절한 노랫말의 곡들을 그가 살아온 삶의 무게를 담아 호소력 짙은 보컬로 진심을 다해 부르는 느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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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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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에너지를 함께 즐기고, 흥을 분출하고 싶다면? Bruno Mars(브루노 마스)형 공연의 「서울재즈페스티벌 2024」
매년 고정적으로 열리는 페스티벌이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 서울재즈페스티벌을 추천하는 이유는 야외무대를 즐기기에 시기가 정말 좋기 때문이다. 2024년 서울재즈페스티벌은 오는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진행되는데, 작년 브루노 마스의 콘서트가 6월 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저녁과 밤에는 덥지 않았으니 이번 페스티벌은 낮부터 공연을 즐기기에도 적당한 날씨일 것으로 예상된다(낮 공연은 자외선 차단용 얇은 외투와 선글라스를 잊지 않기를 추천 드린다). 페스티벌의 또 다른 장점은 한번에 많은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재즈 없는 재즈페스티벌이라는 일각의 의견도 있지만, 이는 보다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동시에 즐길 수 있고, 들어보면 ‘아, 이 노래’라고 생각할 노래를 선보이는 핫한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마주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요일마다 라인업이 다르니 가장 마음에 드는 날짜를 골라 예매하시면 되겠다.

아티스트가 전하는 무대로부터의 진한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Sam Smith(샘 스미스) 형 공연의 「2024 Theatre(씨어터) 이문세」
2023년 ‘숲속음악회’라는 주제로 강원도 평창 숲속 야외무대에서 진행되었던 이문세 콘서트가 2024년에는 2년 만에 ‘Theatre(씨어터) 이문세’라는 주제로 다시 공연장에서 봄(4~5월)과 연말(11~12월)에 열린다. 이문세의 곡들은 시간이 흘러도, 어느 세대가 들어도 변함없이 훌륭하다고 느껴지는 ‘불후의 명곡’으로 정평 나 있다. 또, 이문세는 콘서트 직후 공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은 진심 어린 귀가 문자 메시지를 발송해 주는 것과 같은 세심한 팬 서비스로도 유명하다. 그렇기에 부모님, 연인, 친구 등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해도 좋고, 홀로 그의 명곡들을 현장에서 라이브로 즐기기에도 더할 나위 없다.

내가 작년에 주변 사람들에게 콘서트 광인(?)으로 낙인찍히면서도 여러 공연장을 찾았던 이유는 그저 콘서트의 현장감이 주는 도파민 때문만은 아니었다. 물론 직장인들의 일상은 비슷한 회사 생활의 반복이겠지만 사실 개인보험 심사 업무는 특히 더 반복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지치지 않기 위해서는 흘러가는 시간을 자신만의 호흡으로 분절해서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드라마 정주행을 할 때도 대하드라마라고 하면 왠지 모를 막막함에 겁부터 나는데, 시즌별로 나뉜 드라마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고 또 몰입하다 보면 어느덧 시즌이 하나둘씩 끝나 있지 않은가? 물론 자신만의 인덱스 포스트잇은 여행, 운동, 자격증 공부, 이외에도 자기계발과 관련된 목표 실현 등 종류가 다양할 수 있다. 2023년 내 경우에는 콘서트가 나만의 호흡으로 반복된 일상을 버틸 수 있게, 더 나아가 활력을 느끼며 즐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티켓을 예매하고, 콘서트 전까지 설렘으로 선공개된 세트리스트(아티스트가 공연에서 선보일 곡들의 목록) 노래들을 반복해서 ‘예습’하고, 또 공연을 즐기고 돌아와서는 한동안 진한 여운을 느끼며 ‘복습’하면 보다 시간을 풍요롭게 보냈다는 만족감이 크게 든다. 또 하나, 이런저런 조합으로 콘서트를 다니면서 느낀 묘미 중 하나는 함께 콘서트에 간 이들과 ‘누구누구와 이런 공연을 함께 관람했지’라며 평생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작년의 나처럼 반복된 일상에서 생기를 찾고 싶다면, 소중한 사람과 평생 이야기할 추억을 만들 방법을 고민하는 우체국금융개발원 직원분이라면, 지금 소개한 콘서트를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 드린다.







